-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소리가 바쁘게 미끄러져 나간다.
손은 재봉틀 위에서, 발은 아래 발판에서, 눈은 헝겁 천으로..
바쁘게 움직이지만, 생각만은 먼곳을 더듬는다. 늘 그렇듯이..
"내가 점점 젊어지나 보다."
옆에서 나를 지켜보고 계시던 엄마의 말씀이시다.
당신은 무슨 생각으로 저리 말씀 하시는걸까..?'
'너만 귀찮게한다'고 늘 미안해 하시는 엄마에게 위안차
한마디 거든다. "그러니깐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자너~"
![]()
-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 주지않는 몸,
지금의 내 나이도 '생각같지 않네..' 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거늘..
하물며 90을 눈앞에 두신 엄마야 오죽 하실까..
때론 쉬를 하러 가시는 중에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미 상황은 벌어져 일이 치뤄진다. 벌써 몸밖으로 배출 되는것..
올 년초에만 해도 실버용 기저귀를 사 드렸더니"그걸 내가 왜하냐!"
시며 마다 하셨는데.. 이젠 당신도 어쩔수 없다는것을 실감하신다.
실버용은 너무 커 불편 하신지, 천으로 만든것을 쓰려고 하신다.
애들 결혼때 함진아비가 함지며 메고온 '소창'천을
아기 기저귀가 아닌 노인용 기저귀로 만들어 쓰게 된것이다.
잘라낸 천의 양쪽가에 손 밖음질 하기가 더디고 귀찮아
재봉틀로 한번에 밀고 나가니 기저귀 하나가 뚝딱 끝이난다.
엄마의 기저귀를 만들고 있으니 당신이 젊어지신단 말씀이셨다.
중학시절 엄마가 만들어 주셨던 천 생리대..
초경을 치룰때 부끄럽고 두려워 말도 못하고 혼자 고민하는데
엄마가 눈치를 채시고는 준비를 해 주셨다.
언니와 둘이서 손 바느질로 천의 양가를 감침질 해 가며,
접는 방법도 일일이 일러주시고, 또한 부끄러워 하지않게 하려고
언니랑 쿵짝이되어 온갖 겁을 내게 주시며 놀리셨던 기억이..
바느질하는 내 머릿속에서 소녀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해 주었다.
아기때도 물론 기저귀를 채워 주셨겠지만, 내 기억엔 있을리없다.
너무 어렸으니 말이다.
-
엄마~!!
당신에게 하는 나의 이런 일들이 비록 작고 보잘것 없지만
그나마 당신이 내게 주신 은혜의 보답이라 여겨주시고..
자식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같게야 어찌 비교를 하겠습니까만은..
때론 엄마를 향해 불평하고, 짜증도 부려보지만..
그래도, 내 마음속 한켠 자리하고 있는 그곳에는,
당신을 향한 진한 연민의 감정이 ..
당신이 계신 자리가 가끔씩이나마 편히 쉴수 있도록 지킬것입니다.
당신에게 남은 세월이 몇날 몇일이 되었건, 오로지 고통스럽지않은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기도가 또한 간절한 이 딸의 마음입니다.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나른한 오후의 찍새놀음-낙서 (0) | 2006.08.17 |
|---|---|
| ♤ 詩 ; 산에가면-조운 (0) | 2006.08.11 |
| ♤ 국화도 배경과 詩(엄마)-정채봉 (0) | 2006.07.25 |
| ♤ 一場春夢 (0) | 2006.07.14 |
| ♤ 순서없이 가는길..<또래의 죽음을 보며.. (0) | 2006.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