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모음

♤ 詩: 바람의 집 *기형도

가메훌 2006. 11. 3. 01:58



♤ 바람의 집 ♤

        - 기형도 -
      내 유년 시절 바람이 문풍지를 더듬던 둥지의 밤이면 어머니는 내 머리를 당신 무릎에 뉘고 무딘 칼끝으로 시퍼런 무우를 깎아 주시곤 하였다. 어머니 무서워요 저 울음 소리 어머니조차 무서워요. 얘야, 그것은 네 속에서 울리는 소리란다 네가 크면 너는 이 겨울을 그리워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울어야 한다. 자정 지나 앞마당에 은빛 금속처럼 서리가 깔릴 때까지 어머니는 마른 손으로 종잇장 같은 내 배를 자꾸만 쓸어내렸다. 처마 밑 시래기 한 줌 부스러짐으로 천천히 등을 돌리던 바람의 한숨. 사위어가는 호롱불 주위로 방안 가득 풀풀 수집 장 입김이 날리던 밤 그 작은 소년과 어머니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할까? - 기형도 시집'입속의 검은 잎' 수록 - **1960년2월 출생~ 85년 신춘문예 시 '안개'당선 **89년 파고다극장에서 영화를 보다 뇌출혈로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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